2021년 장애인식개선 백일장 대회(에세이 부문) 우수상- 우O수

작품설명: 

나의 뇌병변 장애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장애인식개선을 위해서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결과 배리어-프리(장애물을 없애는 것)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 무엇보다 장애인 당사자인 나 자신이 한 사람으로 사회에 살아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내용:

나 여기 살아서 잘 있습니다


나는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이다. 그리고 십 년 전쯤 버린 블로그를 되살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약 반년이 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내 장애에 대해서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둘째,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찾아온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이제 겨우 활동하는 데서 즐거움을 얻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이 블로그는 반은 사적이고 반은 공적이다. 내용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나는 이 사소함이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왜, 장애 인식 개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나 여기 살아서 잘 있습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천천히 장애인권위원회에서 배운 것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장애인권위원회는 내가 입학할 때부터 약 3년간 활동한 단체이다.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주관한 첫 간담회에 참석하긴 했으나 장애 학생이 겪게 될 대학 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새내기에게는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그저 삐약, 하며 선배들의 뒤를 쫓아갔다. 물론 20여 년 짧은 인생을 통째로 뒤엎을 만한 충격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더는 ‘신기한 인간’이 아니었다.

대체 ‘장애’라는 것이 무엇인가. 뇌병변 장애에 대해 배운 것도 그때였다. 놀랍게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숱한 놀림과 차별을 견뎌야 했던 나조차도 내 장애를 잘 몰랐다. 인권 증진이란 나부터가 장애를 제대로 알고 여러 사람에게 소리쳐 알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바꿔야 할 것이 있다면 요구한다. 장기적으로 보아 더 배리어-프리한 세상을 위해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따로 있었다. 나의 정체성은 한 사람의 장애인이기 이전에 그냥 ‘나’라는 것이다. 장애인권위원회 활동에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선배들도 시험 기간에는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는 데 힘썼으며 대동제 기간에는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 다만 좀 더 다치기 쉬운 사람들을 위해 배리어-프리 존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사회의 시선이 나를 평범한 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세계 곳곳에 저상 버스,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습관적으로 말하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심지와 분리되어 특별한 취급을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모두가 큰 어려움 없이 한 사회에 잘 스며들어 살아가는 것이 진정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저 장애가 있는데요.”라는 말에 평소처럼 “반갑습니다. 아, 엘리베이터는 저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내일을 위해, 나는 오늘도 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