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장애인식개선 백일장 대회(에세이 부문) 인기상- 민O은


작품 내용:


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


2021년 24살의 나와 동생과 나이 차이는 4살이지만 다른 누나들이 그렇듯 남동생이 늘 어린애로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다만 다른 사람들과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우리의 대화도 몇 년 전과 바뀐 바가 없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약 15년 전 갑작스레 동생이 간질 판정을 받은 이후로 쭉 그래왔고, 앞으로 나와 동생의 사이는 남들보다 특별할 것이다. 지금은 특별하고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 관계가 부끄럽게도 늘 그렇지는 않았다.


2010년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동생이 부끄러웠고

2013년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런 동생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걱정했다. 

2015년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동생이 누군가로부터 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였고

2017년 갓 새내기가 된 나는 부모님 대신 동생을 지킬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2021년 대학교 졸업을 앞둔 나는 어떻게 하면 동생이 행복할까 다시 고민에 빠졌다. 조금은 특별한 동생을 20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듯싶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동생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나의 모습과 태도가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이 나 혼자만으 생각은 아니기를 바란다. 


동생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며 깨우친 가장 중요한 점은 다양성을 인정하기 전에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동생이 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 충격을 받은 나와 가족들의 목표는 동생을 최대한 정상인 아이들과 똑같이 키우고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욕심이자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동생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학교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은 집안의 분위기만 무겁게 할 뿐이었고 친구를 사귀는 데에 관심이 없는 동생의 교우관계를 억지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지켜보는 가족들의 마음만 아프게 할 뿐이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뒤, 동생의 지적 능력, 사회성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동생도, 가족도 차츰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어려운 고교 수학 과정 대신 혼자 간식을 사먹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산수 능력을 연습하게끔 도와주었고, 동생이 유일하게 가족들에게는 마음을 열었기에 방학마다 함께 해외 배낭여행을 떠났다. 나도, 동생도 서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다보니 가장 좋은 점은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이었다. 다른 남동생들처럼 시시콜콜한 수다 상대는 못되지만 그 누구보다 누나의 편이 되어주는 동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된 후 혼자서 가게나 식당에서 계산을 잘 해나가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안도할 수 있었다. 


때로는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마냥 쉽지 않아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려 노력한다. 그리고 이번 가을에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동생에게 주었던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싶어 좀 먼 나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그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내가 배우는 점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6개월, 혹은 1년 후 돌아온 뒤에는 사랑하는 동생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누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