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장애인식개선 백일장 대회(에세이 부문) 최우수상- 조O빈

작품설명:

본 에세이는 '시선'이라는 사회심리적 개념을 활용하여 전개된다. 시선은 인간을 환희에 차게 할 수도, 지옥의 늪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의, 모든 이들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기술하고 그 후 장애인에 대한 시선을 장애에 대한 사전적 정의와 사회적 편견을 바탕으로 담백하게 기술하려 노력했다. 사전적 정의를 넘어선 '시선'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포괄적이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하는가? 이 에세이는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각자의 특성을 정체성으로 보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내용:

‘시선에서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어떨까,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는 시선은 어떨까. 우리는 이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살아간다. 시선은 사회라는 하나의 집합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겐 평가의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사회 구성원 중 그 누구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정말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이 아닌 이상, 긍정적인 시선을 느끼면 나라는 존재는 가치 있는 ‘것’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면 무가치한 ‘것’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추락시킨다. 그렇다면 긴 역사 속에서 가장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진 장애인들의 삶은 정말 가치가 없는 것일까? 장애(障礙)는 막을 ‘장’과 거리낄 ‘애’가 합쳐진 단어다. 주관적으로 누군가를 평가하기 전, 장애인들은 이미 사회 전체적으로 거리껴지는 무가치한 집단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많은 유형의 사회적 소수자들이 존재한다지만, 장애인들은 이미 자신들을 지칭하는 단어에서조차 공동체에서 배제된 채 살아가야 한다. 모든 이들에겐 각자의 정체성이 존재한다. 나의 얼굴에는 점이 있고, 나의 자세는 다소 구부정하다. 이는 누군가에겐 교정의 대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을 만한 개인의 특성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정체성은 교정 그 이상인 “기적이 일어나야 할” 대상으로 취급된다. 장애가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치료라는 명분 아래 장애인들을 향한 차별에 동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정서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그 외 기타가 수반하는 여러 가지 정신적·정서적 장애를 진단받은 뒤 생각했다. 나는 이제 무가치한 사람인 걸까?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으니, 말하기 전까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취급될까? 하지만 이런 고민들이 무색하게도 눈을 떠 보니 주위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멋을 더하기 위해 염색을 한 사람,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내 지인들, 옷차림 따위에는 신경 쓰지 않으며 그냥 눈에 보이는 옷을 입고 다니는 내 친구,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우정이라는 감정에는 크게 흔들리는 사람, 사랑의 대상에 한계를 짓지 않고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 등 내 주변에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그냥 그런 거다. 장애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 장애일 뿐, 그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고 그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고 판단할 수는 없는 거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의 이런 다양한 정체성들을 ‘개성’이라 부르기로 결심했다. 장애인들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든, 후천적으로 가지게 되었든 장애는 장애인들의 정체성이자 개성이다. 큰 군집 속에서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고 그에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장애인들도 그만큼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을 뿐,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 ‘우리’라는 단어 속에 장애인들을 포섭했을 때 장애인들의 진정한 정체성과 개성은 발휘된다. 마치 사람들이 시선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집에 왔을 때처럼 말이다.